본문 바로가기

Code_B

'위대한 영감'과 '위대한 부족함'


   시 (詩)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렸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나는 파블로 네루다의 천재성이 부럽습니다. 어느날 나에게도 네루다에게 찾아왔던 것과 같은 영감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나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멋진 시. 하지만 언제까지 네루다에게 찾아왔던 그 것이 나에게도 찾아올것이라 기다리고 있지 않으며 그에 관게 없이 행복한 오늘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참 부족한 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것 뿐만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참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 부족함을 사랑합니다. 나는 분명히 어제보다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 '채워감의 미학'을 사랑합니다.
 
 파블로 네루다는 어느날 찾아온 '위대한 영감'을 노래하였고 나는 오늘의 '위대한 부족함'을 노래합니다.










Today
 

나, 오늘

나의 미래를 향해 그리고 내 삶의 마지막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키도 몸집도 어제와 같지만

나는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했다.


                                                     
                                                                                            2008.2.24                            






 

'Code_B'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현이의 결혼  (0) 2008.10.21
Stay hungry, stay foolish  (0) 2008.09.22
베이글통신  (0) 2008.09.20